sf인터뷰

천의 얼굴의마법사 분장디자이너 구유진

마법의 손 2006. 10. 2. 16:13


분장디자이너 구유진
千의 얼굴로의 여행

구유진 그녀는 한국 분장계를 리드한 분장 디자이너이다.
2005년 3월 3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라보엠”을 비롯하여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 악극 “아씨”,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등 무대에 오른 굵직굵직한 공연의 주인공들의 얼굴은 그녀의 가녀린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무용수에서 분장 디자이너로 변신
선화예고를 거쳐 경희대 무용과까지 입학하기까지 그녀는 한 마리의 단아한 학이였다.
그러나 연습만으로도 지치고 힘든 과정 속에 무대에 올려지기 전 소품 하나 하나까지 본인이 챙겨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던 어느날, 분장을 한뒤 거울 앞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또 다른 분야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이후 그녀는 무용 외로 분장공부를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80년 분장계의 대부로 통하는 故 전예출 선생을 찾아 갔으나 어려보이느 외모로 몇 번이고 발걸음을 되돌려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끈질김에 감동한 선생에게 결국 승낙을 받고 최고의 분장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남모르는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무대 분장이 예술장르로 인정되어있지 않는 상항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갈증을 풀어주기엔 충분치 않았던 현실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던졌다.
96년 4월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구유진의 분장이야기 <천의 얼굴로의 여행>” 이라는 첫 분장 개인발표회를 가졌던 것. 분장으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공연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우들의 분장현태를 쇼형식으로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 공연은 연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등 무대예술 전 장르를 망라해 춤ㆍ음악ㆍ연기를 곁들인 분장공연 형식의 퍼포먼스였다.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데 있어서 종합예술이다 보니 연출자, 배우, 의상, 조명, 세트, 어느 하나 분장을 돋보이기 위해 누를수 있는 분야가 없지만 이 공연에서 만큼은 분장이 주연이며 주인공이였다. 그 모든 것이 분장을 돋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부수적인 사항들. 장르에 따라 분장분의기가 달라지게 구유진만의 테크닉으로 나레이터도 섞어가며 공연을 진행하였다. 실로 분장이라는 예술분야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획기적인 공연이였다.
무엇보다도 공연을 계기로 그녀의 실험성과 연구력을 높이 평가한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現 정동극장장)으로부터의 러브콜을 받았다. 최 단장의 주문은 97년부터 시작된 ‘해설이 있는 발레’ 분장이었다. 국립발레단원 분장일은 그녀에게 또다른 도약의 기회가 되었다. 국립발레단 일을 맡으며 오페라 ‘춘향전’, ‘휘가로의 결혼’, ‘토스카’, ‘라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피터펜’, 국립발레단 ‘지젤’, ‘호두까기인형’, 악극 ‘미워도 다시한번’ㆍㆍㆍ타고난 눈썰미와 능란한 분장솜씨를 지닌 그녀에겐 일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 그녀의 생활은 한마디로 폭주 기관차이다.
6시 기상. 아침부터 시작되는 강의 . 공연의 끝남과 동시에 이어지는 작품회의. 끊이지 않는 미팅과 인터뷰. 작업실에서의 렛슨. 공연중인 작품 분장ㆍㆍㆍ자정이 다 도어서야 겨우 퇴근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스케줄이 더욱 열정을 솟아나게 한다며 활짝 웃는다.
그녀의 에너지를 충족시켜 줄 무대는 2005년 4월 달력 스케줄에도 빈틈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천지창조’. 예술의 전당- '라보엠' ‘마탄의 사수’ ‘마술피리’ '해적'ㆍㆍㆍ
그녀는 이런 바쁜 일정 중에서도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길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일정에 차질이 없는한 매년 베를린의 International Workshop 등 해외연수에 참여한다.
비록 선진기법을 접목하려 해도 기회가 적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자주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재료, 테크닉,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분장에 있어서 복식, 헤어, 조명 그 어느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분야이기에 문화인류학, 생태학, 의상학, 구조학, 색채학 등 다방면에 있어서 꼼꼼이 공부한다.
작년 4월에는 그림을 전공한 네 언니들과 함께 ‘五色五美展’ 그룹전을 열기도 했다. 화폭에 그림을 그린 언니들과는 달리 석고로 뜬 인물 마스크를 캔버스 삼아 80여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에게는 늘 자기만의 세계를 내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용솟음 친다.
더욱이 그녀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더 체계화 되고 있는 구유진의 분장이야기 시리즈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어느덧 분장 디자이너로서 정상의 자리에 우뚝 솟아 있지만 여전히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꿈꾼다. 그래서 쉽게 안주하고 쉽게 성공을 꿈꾸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명예나 유명세를 쫓아가는 분장 디자이너가 되지말고 모든 사람들이 찾아오는 분장 디자이너가 되었으면 합니다.”
단순한 테크닉만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닌 영구적으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글 김수진 /사진 최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