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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ff 08년12월호 <꿈을 가진 박쥐는 불쌍하지 않아!>

마법의 손 2008. 12. 22. 00:25

제목 : The Staff 08년12월호 <꿈을 가진 박쥐는 불쌍하지 않아!>
작성자 : sfmakeup  작성일 : 2008-12-16 오후 7: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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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가진 박쥐는 불쌍하지 않아 - 분장디자이너 구유진

분장디자이너 구유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분장이 아닌 일로 시간을 내기가 여간 쉽지 않은듯 했다. 일주일을 어떻게 쪼개 사는지 물었다. "월요일 새벽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대구로 가요" 그녀는 계명문화대학 뷰티코디네이션학부에 전임으로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 강의를 하고 화요일 막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 수요일 새벽 3시반 정도가 되죠. 그리고 수요일 아침 11시부터 추계예술대학 성악과에서 강의가 있어요." 그 다음 나머지 요일들은 사무실 일들과 공연, 공연을 위한 미팅 등으로 꽉 차있다.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라,흔들림이 없는 눈빛에는 자신감이 비치면서도 배려가 묻어난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상대의 얼굴을 빛의 각도에 따라 선과 면으로 나누어 눈으로 터치하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듯하다.

구유진과 S.F MAKE UP
만 28년이 넘었단다. 구유진이 분장을 해온 시간이다. 그녀가 대표로 있는 S.F MAKE UP의 역사도 15년에 이른다. 공연예술의 분장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십년이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1995년 여럿이 시작할 때는 스페셜(special)과 판타스틱(fantastic)의 앞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공연분장과 뷰티,특수 분장을 두루 다뤘다. 이때 특수 분장을 하던 동료는 지금 한국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가 되었다. 그녀 역시 한국의 공연분장에서 손꼽히는 전문가가 되었다. 그녀 혼자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S.F는 스테이지(Stage)페이스(Face)로 의미가 압축되었다.

S.F MAKE UP은 매년 11월 초 새로운 멤버를 공개모집한다."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오고,최고가 되고자 노력을 많이 해요"그렇게 뽑힌 팀원과는 2년 계약을 맺는다. "아무리 분장을 잘해도 6개월 이전에는 현장에 투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처음 1년은 인턴 과정이다. 6개월간은 사무실에서 분장의 기초부터 현장업무에 필요힌 기법을 반복적으로 숙련되도록 재교육을 거친다. "처음 오면 데생 같은거,헤어스타일이나 수염,톤에 대해서 베이스 기법부터 다시 가르쳐요. 저희 팀만의 베이스 기법이 있는데 이게 어려워요. 이게 잘 안되어 있으면 안되거든요. 분장 완성을 15분 안에 마쳐야 하고 완성도가 나올 때까지 하드트레이닝을 거쳐요. 테스트를 하고 안되면 재교육을 거치고, 제일 잘하는 사람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지죠."

교육을 마쳤다고 바로 배우의 얼굴에 손을 댈 수 있는 건 아니다. 충분히 무르익어 선배들의 솜씨에 근접해야만 공연장에서 분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마음가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도제식 시스템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실력을 쌓은 사람들은 팀워크와 경력을 쌓게 된다.2년의 계약이 끝나면 재꼐약도 가능하고, 이곳을 벗어나 프리랜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사실은 의도적으로 독립을 시키려하고 있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세상이 얼마나 치열하고 냉정한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예요. " 이는 구유진과 S.F MAKEUP이 그들만의 수준을 지켜온 방식일 터이다. 현재 S.F MAKEUP에는 실장 한 명, 팀장 5명, 팀원8명이 소속되어 있고 다수의 객원 분장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구유진은 그들이 분장에대한 꿈을 접지 않고 직업 분장사로 생활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체계적인 급여 지급 방식을 만들었다. 팀원들은 작업실에 나오면 출근부를 쓴다. 각 기수마다 작품당 일 기본급이 정해져 있고, 3개월마다 조금씩 인상이 된다. 지방공연이나 해외공연을 갈 경우 50%를, 콩쿨 등은 30%를 추가로 지급한다. 리허설은 공연과 동일한 금액이 지급된다. 물론 제작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없다. 공연이 없고 사무실로 나오는 경우 일 기본급의 90%를 시급으로 계산하고 식비도 포함할뿐더러, 밤 11시가 넘어가는 야간작업에는 교통비까지 지급된다.

"하루에 두세 작업을 했을 때는 작업마다 따로따로 계산해서 지급이 되요. 쉽게 말하면 열심히 작업한 사람은 그만큼 선후배를 떠나서 많은 급료를 받을 수 있어요. 능력 위주입니다. 이런 방식이 무대분장만 하면서도 매달 고정수입을 올릴 숭 있는 S.F MAKEUP만의 특징이예요." 이곳의 팀장급들은 이미 십여 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다. 따라서 급여 기준표도 20년차부터 1년차까지 다양하다.


지난하고 절실한 길닦이
공연을 하고서도 분장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한 모양이다. 작품이 망했다는 이유로 분장비용은 가장 떼이기 쉽다는 걸 그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못 받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공연꼐에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약속한 분장비라도 정확하게 지급해주는 단체는 고마운 곳이다. "하지만 실제 공연현장의 분장비는 경력이 오래된 팀원을 다수 참여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분장디자인이나 사전 제작비 그러니까 홍보용 촬영을 위한 분장이라든가 리허설, 가발이이나 수염 제작의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세부항목 기준도 만들어져 인정이 되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배역당 디자인료와 주역, 조역, 단역, 엑스트라, 특수 분장에 따라 구분된 분장료, 그리고 헤어와 구분된 기준단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은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녀는 다수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구유진은 무대예술전문인협회 무대분과의 회원이고, 협회의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길 바란다. "물론 현재 협회의 사정은 이해 돼요. 그런데 안타까운 게 많고요. 아직까지 폐쇄적인 느낌도 있고, 좀 더 자주 모임을 가졌으면 해요."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협회의 혜택이 더 늘어야 해요. 연극협회는 공연을 볼 때 연극인할인제도가 있자나요. 연극협회의 연회비는 작은 금액인 걸로 알고 있어요. 다른 분야의 전문가협회들의 연회비를 살펴봐도 본협회의 연회비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죠. 그런데도 저희 분장하는 사람들에게느 실질적인 혜택이 없잖아요."

현재 분장과 관련한 단체로 세 곳 정도가 있다. 우선 문광부를 통해 법인화한 한국분장예술인협회와 노동부를 통한 한국메이크업전분가협회가 무대분장과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전자는 실제 무대분장을 하는 사람이 거의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후자는 직업적인 프로들이 모여 있어 무대예술전문인협회와도 공유할 수 있는 목적이 있다. 또 하나 뷰티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들이 활동을 하는 한국메이크업협회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이들 세 단체가 인원이 가장 많고,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며 국가고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저는 또 한국메이크업전문가협회에 소속되어 부회장으로 있어요. 회원들의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인 봉사 활동을 주축으로 하죠. 이곡의 여러 분들이 역시 무대예술전분인협회에도 적을 두고 있어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동병상련핟듯 모여서 교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대예술전문인협회에 아쉬움이 있어 또 다른 그들만의 협회를 만들어 공동의 목표를 꾸려가더라도 여전히 무대분과의 회원인 건 앞서 말한 바대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강사를 모셔 일 년에 네 차례 정도는 세미나를 진행해요. 새로운 테크닉에 대해 공부하고 서로 교류하죠. 연회비는 많지 않아요. 대신 자격시험을 운영하면서 수익이 창출되면 회원들에게 돌려주는 거죠. 활발하게 움직이고 사업을 해야 결국 회원들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간다고 보거든요."


길 위에서 뒤를 돌아보고 갈 곳을 주시하다.
구유진 역시 고 전예출 선생의 제자이다. 그녀가 스승에게 배웠듯이 그녀 역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어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팀원들을 길러내고, 분장인의 권익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동분서주하는건 그 때문이다.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예출 선생이 길러낸 제자들은 한국의 분장 테크닉을 발전시켜 왔다. 일견 살아남기에도 버거운 환경에서 경쟁하듯 실력을 다듬어 힘들게 얻어낸 수준들이다.

“저는 골격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대라고 무조건 강하고 거친 분장을 지양하는 편이지요. 그러면서도 캐릭터는 두각 되어야 하죠. 이제는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않으면 보기 거북한 분장이 되고 맙니다. 기존의 섀도우와 선 중심의 분장보다는 하이라이트와 면,그라데이션 기법의 분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요. 모든 선과 연결 부분에는 꼭 그라데이션이 있어야 하고, 선과 면 모두 강 중 약이 표현되어야만 하는 기법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베이스가 굉장히 중요하구요,라이닝 칼라보다는 칼라 펜슬과 칼라 섀도우, 메이크업 브러시 등을 이용한 3D 메이크업을 추구해요.그러기 위해서는 피부색과 그 위에 표현되는 모든 칼라의 하모니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배우의 의상 색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서 디자인을 하지요.”

분장 기술에 대한 숙련은 마땅히 중요하지만 그녀는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와 전문지식의 습득을 들었다. 얼굴이나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시대별 나라별 복식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필요하고, 그 시대에 맞는 헤어디자인,분장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실기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해요. 평소 미술 전시회에서 그림이나 조각등을 찾아보며 시대적 화풍과 인체의 곡선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죠. 작품속에 나오는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귀족,평민 또는 특수직업을 가진 사람마다 다른,거기다 시대적 민족적 장신구에 대한 지식 역시 중요해요.그래야 프로덕션에서 연출가와 다른 스텝들에게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어요.“

특히 분장은 조명과 연관이 깊다. 빛의 조도에 따라 칼라의 선택에 따라 배우의 얼굴은 변하고 분장도 달라져야 한다. 그녀는 보다 편안하게 작품에 녹아날 수 있고 무대 위의 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보일 수 있도록 더 긴밀한 토론을 원한다. “요구를 하더라도 제가 뭘 알아야 하잖아요.모르는 건 물어가면서 조명 용어라든가 기본적인 각이나 조도에 대해 알려고 노력했어요.분장하는 사람은 조명에 대한 공부도 필요한 거죠. 그 반대로 이해가 필요하구요.” 공연은 그저 개별적인 부분의 단순 총합이 아니라,이 색과 저 색이 섞여 다른 색이 나오듯 화학적인 시너지를 일으키는 작업일테다. 타 분야에 대한 이해와 협력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건 그녀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결론이다.

또하나 몇 년 전부터는 자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공연마다 체계적인 자료를 남기려 하는 것도 경험이 발휘한 지혜이다. S.F MAKE UP에는 분장 시간표나 라인을 정리하고, 어떤 배우에게 어떤 가발이 나갔는지도 정리되어 있다. 캐릭터별 스케치부터 디자인과 사진을 물론이고 비품 목록에서부터 소모품의 양까지 체크한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로는 어느날 몇 번째 공연에서 어떤 캐릭터의 분장을 누가 담당했는지까지 파악할수 있다.책 못지않게 중요한 S.F MAKE UP의 재산이다.

구유진은 분장팀을 박쥐라고 표현했다. 그리 좋지 않은 이미지다. 스텝인데 스텝과 어울리지 못하고 배우랑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스텝에 끼지도 못하고, 공연 중에 스텝들은 저마다의 영역에서 정신없지만 우리는 배우와 같이 움직여야 하잖아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불쌍해요." 그래서 팀원들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모양이다. 오랜 세월 함께 하고 있는 S.F MAKEUP의 식구들은 든든한 자랑이다.

"꿈을 꾸고 있으면 10년뒤의 목표를 세워 놓으라고 해요. 자기가 도달 해야 할 목표인데, 단박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10년은 해야 한다는거죠. 단지 돈만 따진다면 이 일은 하지 말라고 해요. 멀리 봐야죠. 한 분야에 10년이면 이름도 알려지고 또 나아갈 길이 보이겠죠. 스스로 부족한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보고 배워야죠. 긍적적인 사고를 가지는게 중요해요. 꿈을 갖고 이루어진다 생각하면 좋겠어요."

역시 무대는 여러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었던가.

                                                                    정리- 홍준석편집장, 사진-오영욱